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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알 껍질을 깨고 나오는 것
작성자 홍성국 등록일 2021-06-18 17:10:53 조회수 235

죽음, 알 껍질을 깨고 나오는 것

 

다음의 글은 기독교사상 20215월호에 실린 정경일교수(새길기독사회문화원 원장)죽음이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김경재교수(한신대 명예교수)가 답변한 내용이다.

유교 가정에서 자란 내가 신학교에 간 근본 동기 중 하나는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습니다. 현대인은 생물학적 존재인 인간이 죽으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해 기독교는 '아니다!”라고 증언해야 합니다. 죽음은 영원한 생명의 빛 속에 있는 하나의 계기일 뿐이라는 믿음을 삶 속에 확신 있게 나타내야 합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확신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입니다.”(11:1) 죽으면 어떤 세계가 있는지 아무도 볼 수 없지만, 영원의 세계를 믿는 것이 삶에서 드러나야 합니다.

강원용 목사는 죽음이 개울을 훌쩍 뛰어넘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죽는 자에게 죽음은 그렇게 고통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다만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고통스러운 거죠. 나는 내 죽음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내 죽음으로 인해 슬퍼할 아내와 자식, 친구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픈 것이지, 내 죽음에 대해서는 두렵지 않습니다. 죽음은 사람이면 누구나 거쳐야 할 길입니다.

나는 죽음을 바다거북의 알이 부화되는 것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바다거북이 바닷가 모래밭에 알을 낳은 후 모래를 덮고 떠나갑니다. 수십 일이 지나, 태양 빛을 받은 모래의 열기에 두꺼운 알의 표면이 점점 얇은 막처럼 변하고, 마침내 새끼 거북이 안에서 알을 찢고 나와,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도 바다를 향해 줄달음질칩니다. 나는 죽음이 그런 거라고 봅니다.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에 죽음을 기억하며 사색하는 것은 우리의 생명을 둘러싸고 있는 두꺼운 알 껍질을 점점 얇게 만들어서, ‘속 생명이 그것을 뚫고 나와 드넓은 바다로 달려갈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두꺼운 알 껍질이 뭡니까? 학력, 지식, 재산, 명예, 사회적 신분, 그런 것 아니겠어요? 그런 게 두꺼울수록 알을 깨고 나올 수가 없습니다. 잘못하면 썩은 알이 되어버립니다. 알 껍질을 얇게 만들수록 그것을 품고 나오는 새 생명은 고통이 덜할 것입니다.

두꺼운 알 껍질의 안과 밖, 이승과 저승, 강 이쪽과 강 저쪽을 관통하는 유일한 것은 사랑입니다. 사랑! 그래서 사랑은 영원합니다. 예언도 사라지고, 방언도 그치고, 종교도 필요 없습니다. 마지막에 남는 것이 사랑입니다. 사랑하라! 그러면 너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잠시 침묵) 영생하리라! 이렇게 확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인생을 쓸데없는 일로 허비하며 살았던 내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만나는 사람, 만나는 생명을 더 많이 사랑하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그 외의 다른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제야 이런 것을 깨달은 내가 불쌍하지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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