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와 무릎 꿇기

사막을 여행하는 사람에게 낙타는 필수적인 동물이다. 낙타가 없이는 음식도 없고 나무도 없고 길도 없고 모래와 바람과 뜨거운 햇빛 뿐 인 사막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여행을 하고 낙타는 저녁이 되면 등에 진 짐이 내려지기를 무릎 꿇어 기다린다고 한다. 동이 터 오르면 또 다시 무릎을 꿇는다. 이번에는 주인이 얹어 주는 짐을 짊어지기 위해서다. 이렇게 낙타의 하루는 무릎으로 시작해 무릎으로 끝난다. 낙타는 안다. 무릎을 꿇어야 짐이 내려진다는 것을.... 주인도 안다. 무릎을 꿇은 낙타가 얼마나 짊어질 수 있는지를.... 그래서 짊어질 수 있는 만큼만 짐을 얹어 준다. 딱 하루의 분량이다. 낙타는 사막을 헤쳐 나갈 때 홀로 걷지 않는다. 낙타는 주인의 앞선 발걸음을 헤아리며 걷는다. 낙타와 주인은 늘 하나로 산다.

광야와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광야와 낙타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우리도 낙타와 같이 아침과 저녁으로 무릎을 꿇어야 한다. E. M. 바운즈는 그의 책 『기도』에서 “이 세상에서 하나님을 위해 가장 많은 일을 한 사람은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은 사람이다.”라고 했다. 무릎 꿇음은 기도요 겸손이다.

때로는 짐이 너무 무거워 힘들다고 불평을 하지만 주님은 우리에게 알맞은 짐을 지워 주신다. 그래서 정호승 시인은 『내 등의 짐』이라는 詩에서 노래하였다.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세상을 바로 살지를 못했을 것입니다

  내 등에 짐 때문에 늘 조심하면서

  바르고 성실하게 살아왔습니다

  이제 보니 내 등에 짐은

  나를 바르게 살도록 한 귀한 선물이었습니다.”(중략)

내 등에 짐이 있었기에 사랑과 용서를 알았고, 내 등에 짐이 있었기에 성숙하게 되었고, 내 등에 짐이 있었기에 겸손과 기쁨을 알았다는 것이다. 내 나라의 짐, 가족의 짐, 직장의 짐, 이웃과의 짐, 가난의 짐, 몸이 아픈 짐, 슬픈 이별의 짐들이 내 삶을 감당하는 짐이 되어 오늘도 최선을 다하게 하는 삶을 살게 하였다고 고백한다.

낙타에게는 사막의 지리를 잘 아는 주인과의 동행이 필요하듯, 광야의 길을 걷는 우리에게도 길과 진리와 생명이 되시는 주님과의 동행이 필요하다. 낙타가 아침과 저녁에 주인 앞에서 무릎을 꿇듯, 우리도 내 인생의 주인 앞에 무릎을 굻어야 하겠다. 나보다 앞선 주님의 발걸음을 헤아리며 기도보다 성령보다 말씀보다 내가 앞서지 말아야 하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