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으로 가서 씻으라!

    <요한복음 9:1~12, 참고/열왕기하 5:1〜14>

    본문에 나타난 예수님의 표적은 ‘요한복음의 7대 표적(sign)’ 가운데 여섯 번째에 해당됩니다. ‘표적’이라는 말은 예수님의 이적이 인간에게 놀라운 일임과 동시에 그것들이 진리에 대한 표면적인 징표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예수님은 표적을 통하여 중요한 하나님의 뜻을 간접적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치유사건을 통해서 예수님의 정체와 사명이 무엇임을 보여 주셨습니다.

    예수님이 제자들과 길을 가실 때에 날 때부터 시각 장애인 된 사람을 만나게 되었는데 제자들이 이 사람이 맹인된 것이 자기인지 부모의 죄 때문인지를 예수님께 물었습니다. 그 당시 유대교는 모든 고난과 장애는 죄에 있다는 ‘因果應報’의 사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과거가 원인이고 현재는 그 과거의 결과인데 그 원인이 죄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생각이 장애인이나 환자들에게 질병 외에도 죄책감을 심어주어 정신적으로 더욱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예수께서 “이 사람이나 그 부모의 죄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라.”(9:3)고 하시고, 땅에 침을 뱉어 진흙을 이겨 그의 눈에 바르시고“실로암 연못에 가서 씻으라!”고 하셨습니다. 시각 장애인이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해서 실로암 연못에 가서 씻고 밝은 눈으로 돌아왔습니다.

    1. 고난이나 장애는 하나님의 저주가 아닙니다.

    나면서부터 시각 장애인이 된 이 사건이 죄 때문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께서 그를 통하여 하나님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시기 위함이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하시고자 하는 일이란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통하여 하시는 선교사업(구속사업)을 의미합니다. 이 사건을 통해서 구속의 사역을 이루시고, 계시적 역사를 이루신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시각장애인이 겪는 고통의 원인보다 그 사람에게서 앞으로 이루어질 하나님의 일, 곧 하나님의 구원 행위에 더 많은 관심을 두셨습니다. 이 말씀을 통하여 수많은 장애인들이 위로를 받고 삶의 새로운 소망과 용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을 저주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자식이 잘못해서 고통을 당한다 할지라도 부모가 마음 아파하고 힘이 든 것처럼, 하나님은 고통당하는 자들과 함께 아파하시고 고통을 당하시는 분이십니다.

    예수님이 땅에 침을 뱉어 진흙을 이겨 소경의 눈에 바르신 것은, 태초에 흙으로 사람을 만드시고 입김을 불어 넣으신 창세기의 기사를 연상케 합니다(창2:7). 인간이 하나님의 손에 의해서 진흙으로 빚어졌음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가난과 질병으로 인하여 파괴되어진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시키기 위해 새로운 창조행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2. 치유의 기적은 하나님의 능력과 인간의 신뢰와 순종이 만날 때 일어납니다.

    예수님은 시각 장애인에게 실로암으로 가서 씻으라고 명령하셨는데, 이는 <열왕기하 5장>에서 엘리사가 나병에 걸린 나아만 장군을 요단강으로 보낸 것과 유사합니다. 나아만은 엘리사가“너는 요단강에 가서 일곱 번 몸을 씻으라. 네 살이 여전하여 깨끗하리라.”(10절)는 말에 처음에는 분하여 견디지 못했지만 끝까지 순종함으로 치유의 기적을 체험하였습니다. 나면서부터 시각 장애인이 된 이 사람도 실로암 연못으로 가서 씻으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무조건 순종하였습니다. 순종 했을 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여기에서 치유의 이적은 하나님의 능력과 인간의 신뢰와 순종이 서로 만날 때 일어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이 시각장애인에게 겸손과 순종을 가르치신 것입니다. 낮아짐을 가르치셨습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 볼 때,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불합리한 말에 순종하여 연못으로 더듬거리며 간다는 것을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끝까지 순종했을 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자신을 낮추며 순종할 때 치유의 은혜가 선물로 주어진 것입니다.

    3. 빛으로 오신 예수님

    실로암은 ‘보냄을 받았다’는 의미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으로부터 보냄을 받은 분임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또한 실로암은 생수의 근원이신 예수님에 대한 상징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7:37)고 초청하셨습니다. 시각장애인은 실로암, 보내심을 받으신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광명을 찾았을 뿐 아니라, 영원한 생수를 마시게 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예수님은 세상의 빛으로 오셨습니다.“내가 세상에 있는 동안에는 세상의 빛이로다.”(5절) 그래서 영적으로 눈이 멀어 실재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눈을 열어 주셨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육신의 눈은 떴지만 영의 눈이 멀어서 자기 자신의 참 모습을 보지 못합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은 자신이 치유됨으로써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메시아이심을 깨달아 알게 되었습니다. 참 빛이신 예수님을 믿고 마음속에 영접하게 될 때 영의 눈이 열려져서 자신의 실재를 보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고침 받은 사람은 예수님이 메시아이심을 확신하고 있습니다.“이 사람이 하나님께로부터 오지 아니하였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으리이다.”(33절) 누가 뭐래도 자기가 체험한 것을 분명하고 자신 있게 대답하고 있습니다. 체험적 신앙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으로 인하여 눈을 떴다는 체험적 신앙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들 각자에게도 실로암의 체험이 있어야 합니다.